재택근무 후 달라진 점

어느날 퇴근할때 컴퓨터를 모두 가져가라더니 그 후 출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전례없는 전염병으로 인해 그렇게 원하던 재택근무를 하게된 것이다. 하지만 나만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애와 나 단둘이서 집에 있게 되었다. 이건 사실 내가 원한 재택근무의 모습은 아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일하는 것이 내가 원하던 것이다.

처음 시작하면서는 화상회의, 일, 육아 뭐 이런 것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혼란때문에 많이 힘들고 삐걱거렸다. 지금은 좀 적응이 된 상태긴 하지만 여전히 애와 둘이 있는 시간은 거의 뭐 집중해서 일을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평소와는 달라진 점이 몇가지 생겼다.

1. 정리정돈

집에 아주 오랜시간 있다보니 평소에 보지못하던 곳, 정리할 엄두를 못내던 곳을 정리하게 되었다. 먼저 아이침대를 안방에서 아이방으로 옮겼다. 침대가 문을 통과하지 못하다보니 완전히 분해해서 재조립했는데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주 뿌듯하다. 아직 혼자 잠을 자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침대가 아니고 자기침대에서 자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안방의 화장대와 협탁도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두번째는 거실이다. 거실에는 아이가 태어난 후에 급히 구조를 변경하다보니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쳐박아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다 드러내서 정리를 했다. 갓난아이적에 쓰던 물건, 책들을 모두 정리하니 50L 쓰레기봉투가 가득찼다. 정리를 다 하고나니 마치 미니멀리즘을 한 듯한 느낌이 되었다.

세번째는 주방이다. 냉장고에 쌓여있던 썩은 음식(;;;), 잘 사용하지 않던 도구들을 다 정리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진 부분이다보니 정리정돈 외에 다른 부분도 많아 이 정도만.

2. 요리

우리집은 내가 요리를 한다. 워낙 음식을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큰 문제가 있었다. 애를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혼자만 먹을때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 심지어 하루에 한번 온가족 식사를 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하루종일 애와 같이 있다보니 삼시세끼를 챙겨줘야 하고 간식도 챙겨줘야하고 아내 퇴근하면 밥 차려줘야하고 장도 봐야하고 정리도 해야하고 정말 엄마들이 푸념한다는 '밥하고 뒤돌면 또 밥해야한다'는 말이 뭔지 깊이 이해가 되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애가 집에선 편식을 한다. 엄마, 아빠가 없는 곳에서는 편식을 안하고 심지어 어린이집 선생님은 늘 '너무 잘먹는다' 칭찬을 하셨다. 하지만 집에선 정말 까다롭게 식사를 한다. 처음 보는 것은 혀에 한번 대보기만 하고 절대 먹지 않는다. 어쩌다 억지로 먹이면 뱉어내고 헛구역질도 한다.

너무 불평만 이야기한 것 같은데 어쨌든 이런 힘든 점들이 날 강하게 만들었다. 이젠 그냥 다 포기하고 원하는 요리에 적당히 영양분 부족하지 않게 섞어주고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많이 먹인다. 일단 칼로리를 충분하게 하는 것이 첫번째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포기하니 이런 돌아서면 밥하는 과정에 일정한 패턴이 생기고 점점 덜 힘들게 되었다.

주방도 점점 정리되고 덩달아 냉장고도 신선한 재료들, 반찬들도 적당히 채워지게 되었다. 지금은 아주 만족한다.

3. 건강

나는 상당한 비만상태였기 때문에 고지혈증, 고혈압, 고요산(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성인병을 가지고 있다. 이런 병들에 가장 효과있는 해법은 다이어트다. 뭘 먹지 않으면 이런 병들은 악화될 수 없다. 하지만 음식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는 다이어트가 참 힘들다. 기껏해도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돌아간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바로 건강이다. 일단 식당에서 먹을 것을 사먹지를 않게 되니 모든 음식재료를 통제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 생각하지 않고 배고플때만 먹으니 체중이 점점 줄어든다. 시작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거의 3kg가량이 차이난다. 너무 비만이면 이 정도차이는 크지 않은데 사실 난 지난 2019년 5월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이미 원래 체중에서 5kg정도를 감량한 상태였고 더이상 감량이 되지 않아서 일단 유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단이 자유롭게 조절이 되니 움직이지 않던 체중이 쭉쭉 빠졌다. 지금은 또 3kg 감량한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무려 14년전에 보고 한번도 보지 못했던 70kg 아래의 체중을 보고 있다. '69'라니 이 숫자는 정말 오랜만이다.

음식에서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회사에는 책상, 회의실, 휴게공간, 다과공간 뿐이다. 뭔가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가벼운 운동을 한다거나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5월부터 꾸준히 철봉에서 풀업을 하고 있는데 출퇴근을 할때는 퇴근후에 한타임정도 운동을 했다. 근데 재택근무를 하게 되니 쉬는 시간마다 이걸 하게 되었다. 철봉에 매달려서 스트레칭도 하고 풀업도 하고 오며가며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몸에 아주 힘이 넘친다.


재택근무로 달라진 점은 이 외에도 아주 많지만 가장 큰 부분은 이 세가지 부분이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가장 큰 부분은 부지런해졌다는 것이다. 할일이 너무나 많아졌기에 부지런해지지 않으면 이걸 해낼수가 없었다.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놀아주기, 일의 무한 루프는 나를 점점 강하게 해주고 있다.

아! 한가지 나빠진 부분이 있다. 바로 주부습진 같은게 생겼다는 거다. 거의 내내 손에 물을 뭍히고 있다보니 이상하게 손이 건조하고 군대 이후로 처음 손이 갈라지고 이런다. 그래서 최근엔 설거지같은 거 할 때 장갑을 꼭 사용하고 있다.

이제 뭐 어린이집도 며칠정도는 갈 수 있고 너무 좋다. 오랜만에 간 회사는 천국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얼른 우리나라 코로나 종식되서 재택근무 안해도 되니 정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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