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 동료들과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봤다. 여러 사람들이 좋은 평을 한만큼 잔뜩 기대를 하고 봤는데 역시나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영화였다. 그러나 코믹스에서 명작이라 불리는 시빌워의 스토리라고 하기에는 많이 약해보였다.
초인등록법안의 직접적인 계기는 아주 자연스러웠지만 장관이 들이민 영상들은 그닥 설득력이 없었다. 버키를 감싸고 도는 캡틴 아메리카도 왜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특히 악당이 복수를 하는 방식은 정말 이상했다.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정말 어렵게 어렵게 일을 했는데 정작 둘이 싸우게 만들기 위해서 한 일이라는 것은...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니 코믹스를 보고 싶어졌다. 영화와 원작이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 비교해가며 보았다.
초인 등록법안의 계기
영화에서는 캡틴아메리카와 완다가 럼로우를 쫓는 과정에서 건물을 날려버리는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코믹스에서는 조금 황당한 사건때문에 발생한다. 뉴워리어즈가 방송사와 함께 악당을 잡는 것을 생중계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나이트로가 학교 옆에서 자폭을 했고 이 때문에 수많은 아이들이 죽임을 당한다.
아이에 대한 폭력을 특히나 더 무겁게 대하는 미국의 문화라면 이런 일은 충분히 초인등록법안의 계기가 될법하다. 영화에서는 이 정도로 강력한 사건을 터뜨리고 싶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블랙 팬서를 등장시키기 위해서 위치를 아프리카로 설정한 것 같다. 그러고보니 블랙 팬서가 등장하는 점도 코믹스와 영화의 다른 점이다.
첫번째 전투
영화에서는 제모 남작을 쫓아가는 캡틴 아메리카를 붙잡으려다가 첫번째 전투가 벌어진다. 코믹스에서는 초인등록법안 통과를 앞두고 대화를 하려던 차에 캡틴 아메리카의 선제 공격으로 전투가 벌어진다. 팽팽하던 전투는 토르 클론이 블랙 골리앗을 죽이며 끝난다.
토르 클론은 심지어 나머지 반대파도 모두 죽이려했지만 수잔이 막아섰고 반대파는 그 자리에서 빠져나간다. 이 사건은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감정이 극에 달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 사건이 워머신이 비전의 공격에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는 것으로 대체된다. 조금... 약하다.
두번째 전투
영화에서는 제모 남작이 방금 화해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다시 이간질해서 1:2 의 소소한 싸움이 되는데 코믹스는 이 전투가 가장 큰 전투다.
영화에서도 나온 네거티브 존이라는 초인을 위한 감옥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감옥에 갇힌 자들과 막고자 하는 자들 모두가 싸움을 벌이는데 쉴드의 수장이 이들 모두를 감옥에 가두려 시도하다가 이 싸움이 도심 한복판으로 옮겨진다. 당연하게도 도심은 엉망이 되고 자신의 행동이 악당과 다를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캡틴 아메리카가 순순히 항복하는 것으로 이 싸움은 끝이 난다.
역시 코믹스의 이 장면은 명장면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 장면이 가장 아쉬운 장면이다. 전투 자체는 괜찮았는데 싸우는 이유가 너무 어이가 없다. 디즈니 아니랄까봐서 아버지 복수를 위해서 싸운다.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데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이 너무너무 너무너무 아쉽다.마지막 전투가 원작처럼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투였다면 좀 더 진지하고 재미있는 결말이 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마지막 한마디
영화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액션영화보다 화끈하고 신난다. 그러나 아버지의 복수, 가족의 복수라는 다소 식상한 소재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점은 몹시 아쉽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이렇게 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시빌워는 코믹스 시빌워의 전체적인 흐름만 가져온 전형적인 디즈니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