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라는 것이 나오자 우후죽순 OO페이 라는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드사마다 자기네 회사페이를 만들었고, 카카오페이가 나와서 모든 걸 점령할 줄 알았는데 존재감마저 사라져가고 사용이 간편한 삼성페이와 페이코가 뜨고 있다.
사실 이런 페이류가 나와서 드디어 액티브엑스없이 맥에서도 결제가 되려나 했다. 근데 여전히 결제에는 액티브엑스가 필요했고 카드번호 넣는 대신 휴대폰 번호를 넣는 것이 이 간편결제였다. 결제가 편하면 더 많이 살텐데 왜들 이렇게 결제를 힘들고 불편하게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SSG Pay를 사용한 이유
SSG Pay를 사용하게된 이유는 추석선물로 받은 신세계 상품권 10만원권 때문이다. 상품권은 60%이상 사용할때만 잔액을 돌려주도록 되어 있어서 10만원권은 참 사용하기가 어렵다. 아웃백에 가서 뭘 하나 사먹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써야하나 살펴보던 중에 상품권 뒷편에서 SSG Pay에 등록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봤다.
SSG Pay에 상품권을 등록해서 SSG 머니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러면 100원만 쓸 수도 있을테고 잔돈 챙길필요도 없을 거라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SSG Pay를 사용해보고 싶었다. 이럴때 아니면 이걸 언제 써보겠나.
첫번째 사용시도
원래부터 아웃백에 가기 위해서 알아본 것이니 첫 사용 타겟은 아웃백이었다. 10만원의 SSG 머니에 흐뭇해하며 아웃백에서 맛나게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결제를 할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혹시 이거 사용할 수 있나요?
안된다. 사용할 수 없단다. 절망했다. 신세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니 당연히 SSG Pay로 결제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안된다고 한다. 물론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내 잘못이다. 가맹점을 좀 더 자세히 봐야했었는데 첫사용인데다 배가 많이 고파서 흥분했던 것 같다.
두번째 사용시도
아웃백에서 실패를 경험했기에 이번엔 확실한 사용처에서 성공하고 싶었다. 바로 이마트. 다행히 먹고 살기 위해서 이마트에는 자주 가는 편인데다 마침 살 것이 있어서 갔다. 이것저것 고르고 당당히 계산대에서 폰을 내밀었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계산대의 아주머니가 별다른 문제없이 폰을 들고서 바코드를 찍는다. 되는구나 싶어서 기뻤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결제가 안된다고 폰을 다시 내미시는거 아닌가! 당황했다. 뭔가 안되는구나 싶어 또다시 절망할 뻔 했지만 다행히 앱을 종료했다가 다시 실행하니 결제가 됐다. 드디어 첫 사용이 성공했다. 뭔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그 분이 처음 해봐서 그러신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땀 삐질삐질하며 성공을 하긴했다.
세번째 사용시도
이마트에서의 삐질삐질한 성공이 못내 아쉽기도 하고 뭐가 문제였는지 다시 해보면서 확인을 해보고 싶어서 다시 사용 계획을 세웠다. 마침 스타벅스 이벤트도 있고 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 해보기로 했고 스타벅스 가는 길에 또다른 이마트에 들러서 모니터 받침대를 하나 사는 계획이었다.
이마트에서 또 무슨 문제가 생길까 두근두근하며 바코드를 내밀었는데 이번엔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결제가 완료됐다. 계산대 아주머니도 자주 해본 듯 능숙하게 계산을 했고 나도 자주 해본 척 능숙하게 계산을 마치고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첫번째 이마트 결제는 둘 다 처음이라 당황해서 그렇게 삐걱댄 것 같다.
스타벅스에서의 결제는 더 자연스러웠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기도 하고 SSG Pay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 자주 해본 모양이었다. 커피를 하나 주문해서 결제하고 이벤트 쿠폰을 받아서 다시 커피를 주문하고 케익까지 추가로 주문해서 결제했다.
좋았던 점
총 서너번의 결제를 SSG Pay를 통해서 해보았는데 좋은 점을 몇가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확실한 사용처가 있는 것이 좋다. 스타벅스를 자주 가지는 않지만 이마트는 자주 가는 편이라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 이상할 순 있지만 신세계 상품권의 확실한 사용처가 생긴 점이 좋다. 상품권 같은 걸 선물로 받으면 사용하기가 참 애매한데 SSG 머니로 전환해서 소액결제가 가능해진 점이 특히 좋다.
앱이 간편해서 좋다. 아이폰용 앱은 특히 지문인식으로 잠금해제가 가능한데 이 부분이 특히나 편하고 좋다. 아직도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는 아이폰 앱들을 내놓은 곳에서 좀 배웠으면 좋겠다. 앱을 실행하고 지문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한 후에 터치한번이면 결제가 가능한 상태가 된다.
나빴던 점
이미 사용 중이고 결제도 몇번 경험했지만 나는 아마도 앞으로 이 SSG Pay라는 것을 상품권을 돈으로 바꾸는 용도 외에 별로 사용하게 될 것 같지 않다. 이 부분은 딱히 SSG Pay만의 나쁜 점이라고는 볼 수 없는 부분인데 스마트폰 앱으로 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하는 과정이 그리 편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광고에서도 보이지만 이들 앱 결제는 소유자가 직접 단말기에 태그해서 결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마그네틱 카드도 직접 긁어서 결제를 하기 때문에 카드를 꺼내는 수고를 덜어주기라도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카드를 계산원에게 넘겨주어 계산원이 카드를 긁어서 결제한다. 앱 결제도 마찬가지다. 앱을 실행해서 바코드가 보이게 만든 후에 폰을 계산원에게 넘겨주면 바코드 인식기로 인식해서 결제가 성공하면 폰을 돌려준다. 이 과정을 하느니 그냥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주는 편이 훨씬 편하다.
얼마전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태깅을 해야하는지 설명하고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보기만 했는데도 불편함이 느껴졌다. 추가 단말기가 필요도 없이 애플페이같은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도 이 모양인데 다른 것은 말해 무엇하랴.
뭐 어쨌든 아직 12만원 가량 남은 SSG 머니 덕분에 SSG Pay는 이마트에서 계속 사용할 예정이긴한데 이렇게 우후죽순 생겨나는 페이류 앱이 정말 정착이 될까 싶다. 마그네틱 카드 결제의 편리함을 이들이 뛰어 넘으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