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우리가 흔히 AI,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나오는 용어다. 이 3원칙은 1원칙 로봇은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 2원칙 로봇은 사람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3원칙 로봇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3가지이며 1, 2, 3원칙으로 우선순위를 가진다. 이 3원칙을 사용한 영화가 바로 아이 로봇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시리즈 핵심내용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3원칙은 똑같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AI를 다룬 작품에서 유사한 법칙으로 사용하고 있다. 로봇시리즈가 1950년대에 창작된 점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무려 7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본 적이 없다.
내가 로봇시리즈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3학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내가 사는 지역에는 고등학교 입시가 있어서 한창 열심히 공부를 해야하는 시기였다. 나는 공부하기가 싫어 학교 도서관에서 맘에 드는 제목의 책을 골라 읽곤 했는데 처음 읽은 책이 이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독특한 몇가지 설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주인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우주인하면 미지의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우주인이 과거 외계행성을 개척했던 지구인의 후손을 말한다. 또 이 우주인들은 굉장히 발전된 과학으로 5백년 가깝게 살 수 있다. 자신들의 세계에서 인간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요인을 모두 없애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여전히 바이러스, 세균과 함께 살고 있는 지구인과의 접촉을 꺼린다. 심지어 두려워한다.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지구인의 폐쇄성이다. 지구인은 한때 우주를 개척했지만 우주인 연합의 반대로 인해 점점 우주로 나가지 않게 되면서 거대한 건물인 시티안에 살게 되었다. 지구인은 항상 실내에 살았기 때문에 탁 트인 공간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광장공포증이라고 표현하지만 정확히 그 증상은 아니다. 살인자의 도주경로를 추리할때 외부공간을 가로질러갔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정도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지구인이 더이상 외계행성 탐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또 각각의 우주인 행성들의 설정도 독특하다. 특히 솔라리아는 아주아주 독특하다. 이들은 서로를 홀로그램을 통해서만 만나고 직접 사람을 접촉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명이 무려 1만대의 로봇을 거느리며 우연히라도 마주칠 수 없을만한 광활한 대지에서 홀로 산다. 행성하나에 고작 2만명이 산다. 오로라는 2억이고 지구는 70억인 것을 보면 정말 적은 수라는 것이 느껴진다.
최근에 갑자기 다시 이 작품들이 보고 싶어서 시립도서관에서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대학도서관에서 로봇 시리즈를 빌려 봤는데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리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보기 전에는 대략의 스토리만 떠올리면서 봤는데 보는 동안 세부내용들이 채워져서 기억이 점점 풍성해지는 맛이 있었다.
근데 오래전 작품이다보니 출판사마다 이 시리즈의 경계를 어디로 두는지 달랐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로봇시리즈의 마지막은 지스카드가 다닐에게 자신의 능력을 넘겨주는 것인데 대학도서관의 로봇시리즈는 지스카드의 능력이 드러나는 편에서 끝나버린다. 뭔가 아쉬웠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파운데이션의 후반부에도 다닐이 나와서 뭔가를 설명하는데 거기서 했던 말을 잘못 끼워맞춘건가?
아직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모두 보지 못했다. 총 7편이 있는데 3편을 보고나서 4편을 빌리러 갔는데 누가 4편만 쏙 빌려가버린거다. 그래서 그 사람이 반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언제 끝날지, 도서관 운영이 언제 재개될 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운데이션과 지스카드, 다닐의 연결고리 부분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이런 오래된 책들은 전자책으로 만들어준다면 정말 좋을텐데 아직 아무도 하질 않았다. 나라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지 나는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그저 코로나 사태가 끝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