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아메리칸 반달리즘은 미국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공공기물 훼손사건(이라고는 하지만 작은 테러)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반달리즘은 '공공기물 파괴자' 라는 뜻이다. 두개의 시즌이 있는데 시즌2를 먼저 봤고 시즌1을 나중에 봤다. 나에게는 시즌2가 좀 더 재미있었다.
시즌2 : 똥 테러범
시즌2는 세인트 버나딘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설사밭 사건으로 시작한다. 점심식사를 하던 학생들이 단체로 똥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갔고 미처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은 그 자리에서 설사를 했다. 이 모든 과정은 촬영되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라갔고 촬영된 인물들이 태그된다. 이게 연출된 상황이어도 충격적일텐데 놀랍게도 실화다. (인스타그램은 넷플릭스 공개에 맞춰 다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즌1로 유명세를 가진 피터와 샘은 이 사건에 대해 요청을 받아 다큐멘터리 촬영을 시작했다. 세인트 버나딘 학교의 클로이는 자신의 절친인 케빈이 똥 테러범으로 의심받아 징계를 받았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고 특히 자신은 진범을 알고 있기 때문에 케빈은 범인이 아니라고 했다. 사건 자체도 너무 충격적인데 범인도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은 점이 이 제작자들에게 크게 다가온 것 같다.
피터와 샘은 사건을 바라볼때 최대한 중립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접근한다.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왜 범인인지 가설을 세워 끝까지 파고든 후에 그 사람이 왜 범인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같은 일을 한다. 이런 과정이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다큐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이런 과정을 겪었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몹시 괴로울 것 같다. 파고드는 과정에서 사건과상관없는 치부가 드러나기도 한다.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 없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아무 문제가 없어보이는 사람도 파고들면 치부가 드러났다. 물론 그 과정으로 인해 범인도 밝혀지고 전말이 드러나지만 시즌1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엔 모두 상처만 남은채 끝난다.
시즌1과는 달리 사건의 전말이 낱낱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드러난 전말도 너무나 충격적이다. 아웃사이더, 부자집 딸, 유명 농구선수, 점잖은 선생님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은 내면에 외로움을 가지고 있었고 이 외로움이 이 추잡한 범죄에 이용되었다.
충격적인 사건, 그를 파고드는 제작자들의 집요함. 지금까지 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재미있었다.
시즌1: 성기 페인팅
시즌1은 피터와 샘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졌던 교사 자동차의 페인팅 사건을 다루고 있다. 어느 날 교사 자동차 주차장의 모든 차에 남자 성기 그림이 페인팅되었고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당해 징계받은 사람은 이 둘의 카메라맨이었던 딜런이다. 하지만 딜런이 범인이 된 이유는 한 사람의 증인 때문이었는데 이 사람은 거짓말쟁이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피터와 샘은 진범을 찾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첫번째 다큐멘터리이고 본인들이 속한 고등학교이다보니 시즌2와 달리 이들을 가로막는 일들이 많았다. 정학도 받았고 학생들의 관심과 더불어 미움도 받았다. 치부가 드러난 상처받은 사람들은 모두 이 제작자들의 친구들, 선생님이다. 한명의 선생님은 말실수 때문에 해고 당하기도 했다. 딜런은 범죄 혐의를 벗었지만 한 선생님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동시에 인간적인 무시를 당했고 자신의 친구라 생각했던 이들이 자신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자친구로부터 구제받음과 동시에 버림받았다.
아쉬운 점은 전말이 모두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범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당연히 밝혀지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시즌2가 모두 밝혀지다보니 시즌1에서도 은근 기대하게 됐었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즌2의 똥테러범처럼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한번 일어난 사건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시즌1도 몹시 훌륭했다. 시즌 3이 기다려진다.
아직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시즌3이 기다려지는 훌륭한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