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겠지만 이번 어벤져스는 빨리 보고 싶었다.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기도 하고, 예고편을 분석해서 이야기를 예상한 것들이 지금까지 잘 맞아왔기 때문에 딱히 이야기가 궁금하다거나 뭐 그런 건 없었지만 아마도 지친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막 기대를 한 건 아닌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시작하기 전에 괜히 긴장됐다. 영화관에 불이 꺼지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영화는 기대를 아득히 넘어섰다. 환상적이었다. 그 동안 마블영화에서 나왔던 수많은 캐릭터들이 쉴틈없이 몰아치며 나오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만큼 빨리 지나갔다.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했을땐 이미 2시간이 지나있었다.
지금까지 마블영화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다. 타노스가 영화 내내 분위기를 주도한 탓도 있지만 예고된 것과 같이 어벤져스 멤버가 계속해서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니 영화도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용도 구성도 화면도 너무너무 좋았는데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적어본다.
주의!! 여기부터는 엄청난 스포일러를 포함!!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토르 라그나로크를 보지 않고 첫장면을 보면 황당할 수 있다. 갑자기 영화가 중반부터 시작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아! 쿠키영상까지 봤어야 한다. 타노스는 이미 아스가르드의 우주선을 박살낸 상태고 숏컷의 외눈 토르를 보게 된다. (이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토르 머리 자른 이야기를 하는데... 음...) 그리고 갑자기 헐크도 튀어나온다.
첫장면이 너무 중요한 부분이라 그렇지 나머지 영화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지금까지 나온 모든 영화를 봐야만 한다. 아니면 영화 절반만 본 거다. 봐도 이해가 안되니 쓸데없는 장면으로 보일거다.
이름없는 타노스의 자식들
타노스의 자식들이 여럿나온다. 네뷸라와 가모라외에 3명인가 4명이 나오는데... 4명이다. 영화를 보고서도 이렇게 헷갈리는 이유가 아무런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냥 자식이라고 한마디한 뒤로는 아무 말도 없이 보스처럼 나와서 싸운다. 이름도 무슨 기술이 있는지도 아주 쬐끔만 나오고 걍 평범하게 싸우다 죽는다.
특히 마법사 자식(욕이 아니고 자녀)은 분량도 많고 그렇게 강력한 포스를 풍기더니 한방에... 단 한방에 어이없이 죽어버린다. 무려 닥터 스트레인지를 가볍게 제압해서 고문까지 하던 능력자인데 그렇게 가볍게 그렇게 허무하게 그렇게 어이없이 죽는다. 정말 하나하나가 메인 빌런으로 나와도 될 법한 포스였는데 너무 가볍게 다뤄져서 아쉬웠다.
허약한 비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전은 강력한 존재였다. 완다 외에는 제압할 수 없는 상대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도 머리에 있는 스톤의 힘으로 큰 역할을 할 줄 알았다. 근데 너무나 너무나 허약하게 그려졌다. 벽도 막 통과하는 능력자가 칼에 찔리더니만 영화내내 정신 못차리고 짐짝이 되었다. 아니 그 타노스 자식들이라는 애들은 캡틴 아메리카가 맞짱떠서 제압할 정도로 강력하지도 않던데 뭔 비전이 그렇게 당하나 싶었다.
비전이 비틀거리면서 보호받는 역할을 하니까 너무너무 이상하고 보는 내내 의문이 들어서 좀 아쉬웠다. 이 부분을 좀 더 설득력있게 설명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여기까지가 아쉬운 부분이고 나머지는 정말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강력한 타노스, 죽어나가는 주인공, 인피니티스톤. 특히 베일에 쌓여있던 소울스톤! 정말 재미있었다.
한가지 더: 이 사진. 정말 많이 봤었는데... 이런 낚시... 이런 대박 낚시가 없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