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자주 먹어서 날씬한 적이 별로 없다. 한창 클 나이인 중학교 1학년 정도가 그래도 가장 날씬 했던 것 같고, 20살이 된 직후, 군대가기 전에 열심히 운동하던 시절이 날씬했던 것 같다. 날씬하다는 것이 표준체중이라는 것. 그 외에는 모두 과체중과 비만을 왔다갔다 했던 것 같다.
1일 1식
언젠가 1일 1식이 휴행했던 때가 있다. 일본의 어떤 사람이 하루에 한끼만 먹고 살면서 그에 대한 책을 썼는데 그게 건강 + 다이어트 방법으로 화제가 된 걸로 알고 있다. 유행할 때는 별 관심없다가 우연히 그리고 갑자기 이걸 해봤다. 뚱뚱함이 극에 달한 어느날이었다.
갑자기 시작한 1일 1식을 30일간 유지했다. 아침만 먹고 자기 전까진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그 사이 회사에서는 회식도 있었고 가족모임도 있었다. 관심끌기 싫어서 먹는 척만 하고 먹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참기 힘든 배고픔에 괴로웠지만 며칠 지나니 배고픔에 익숙해지더니만 어느 순간부터는 음식이 앞에 있어도 별로 먹고 싶지가 않았다.
몸이 엄청 가벼워졌다.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서 더이상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또 실제로 몸이 가벼워졌다. 매일매일 체중을 확인했는데 시작한 첫날 2kg이 줄어들었다. 아마도 내가 평소 하루에 그 정도 먹었나보다. 그 후 거의 하루에 0.5kg씩 체중이 줄었다. 또 먹지 않으면 가장 먼저 근육이 사라진다고 해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몸엔 항상 힘이 넘쳤다.
가벼운 느낌의 실제로 가벼워진 몸에 힘까지 넘치니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밤엔 배가 고파서 그런지 일찍 잠에 들었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 기대됐다. 행복했다.
10일간의 1일 1식
첫번째 1일 1식을 30일동안 한 후 한번 더 30일간 했고 그때도 아주 성공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이 너무 무겁고 힘이 없고 기운이 없을때 이걸 했던 것 같다. 10일 전에 이걸 또 느꼈다. 그래서 1일 1식을 다시 꺼내들었다. 몇번 성공 했기때문에 이번에도 문제없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조금 문제가 있었다. 보름 후(지금은 5일 후지만 그땐 보름 후였다) 제주에서 프로젝트 킥오프 겸 집중 근무기간을 가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주에 가서 아침만 먹는다는 것은 제주에서 아무것도 안먹는다는 뜻이고 그건 제주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의 절반을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제주에 놀러가는 건 아니다. 빡시게(?) 집중 근무를 하러 가는거다. 근데 차는 왜 렌트 했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
어쨌든 11일째 날에 결혼식과 장모님 생신축하도 있고 해서 여차저차 10일간만 하기로 했고, 어제가 그 10일째 날이었다. 체중은 총 5.3kg 감량했고 빵빵하던 옷들이 헐렁해졌고, 몸은 가볍다. 와구와구 먹던 습관도 조금 덜 먹게 바뀌었다.
오늘 결혼식 피로연에서 와구와구 먹어 다시 2kg 증가했지만 그래도 열흘간 아주 행복했다. 앞으로도 적당히 먹고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힘차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