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한글과 컴퓨터에서 한컴오피스를 구매할 날이 올 줄이야. 물론 내가 쓰려는 건 아니다. 난 워드프로세서를 쓸 일도 없을 뿐더러 만약에 쓴다고 하더라도 LibreOffice를 사용할 거다.
그럼 왜 샀나
아내가 속한 상담학회에서는 반드시 hwp로 문서를 제출해야하는데 문서 형식도 반드시 정해진 것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넷피스 같은 것도 사용하면 안되고 반드시 다운로드해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써야한다.
이전에는... 음... 어디선가 교육기관용으로 사용되던 걸 주워다가 사용했던 것 같은데 새로운 컴퓨터에는 왠지 토렌트 같은 곳에서 뭔가를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가격은 5-6만원 정도인데 이정도면 예전에 비해선 많이 저렴해진 것 같다.
근데 사실 다른 건 전혀 필요없고 한글만 필요한데 다른거랑 묶어서 6만원은 조금 비싼 것 같다. 한글만 따로 3만원 정도에 팔면 참 좋을텐데... 그러면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살 수도 있을거다.
사라는건가 말라는건가
사면 산거지 굳이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구매하면서 여러가지로 불편한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인인증서로 인한 문제보다는 훨씬 적은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크게 느낀 이유는 이 프로그램은 상업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내돈 내고 물건 구매해 주는데 마치 공공기관에서 뭔가를 하는 것 마냥 방해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넌 이걸 사야하니까 군말말고 시키는대로 해~' 라고 말하는 듯 했다. 하소연하듯이 이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첫째, 처음으로 처음으로 돌아간다.
한컴 사이트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페이지 전체를 frameset으로 감싸서 퍼머링크를 숨겼다. 물론 그거 알아내는거야 쉽지만 내가 왜 굳이 그런 일을 해야하나? 그냥 편하게 쓰고 싶지만 이놈의 사이트는 '팝업차단 해제하라', '결제모듈 설치하라' 하며 페이지 새로고침을 하는데 새로고침을 하면 사이트 첫 페이지로 돌아간다. frame을 감싸는 녀석이 reset되기 때문이다. 정말 짜증났다.
둘째, 과도하게 많은 정보 요구.
한컴 사이트는 회원가입을 하거나 결제를 할때 과도하게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대체 소프트웨어 하나 구매하는데 뭔 생년월일을 적어내라고 하고, 주소를 적어내라고 하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주소는 배송을 위해서 필요할 수는 있다. 근데 회원가입할때 그게 왜 필요한건데? 그리고 이 정보 전부 http 로 받고 있더라 ;;
셋째, 제품번호는 눈으로 보고 입력하시오??
결제를 완료하면 제품 다운로드가 가능해지고 설치를 진행하고 나면 제품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당연히 다운로드 제품이니까 id/pw로 인증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럼 제품번호는 어디서 보나 했더니 구매내역에서 사용권 증서를 열어보면 된단다. 아래와 같은 것이 팝업으로 뜬다.
간단히 복/붙이 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우스 이벤트를 막아놨다. 20자리의 복잡한 문자였는데 눈으로 보고 입력하라는거다. -_- 나중에야 복/붙 가능한 다른 곳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설명한 곳에는 이거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입력할 수밖에 없었다. '-' 도 똑같이 입력을 해야하는 귀찮은 일이었다. 왜 이런 걸 굳이 불편하게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난 6만원을 내고 이걸 샀다고!!!!
넷째, 재부팅 하시오.
설치가 진행되니 다 끝이구나 했다. 이제 사용만 하면 되는건가 싶었다. 근데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다.
설치를 완료하려면 다시 부팅해야한단다. 고작 워드프로세서 설치했다고 재부팅을 하란다. 재부팅하면 지금 열어놓은 것, 다른 사용자로 로그인 한 것 모두 날아가는데 뭐 대단한 거 하는지 모르겠지만 재시작은 안했다. 그래도 잘만 실행되더라.
여차저차해서 결국 구매와 설치는 모두 끝났다. 그런데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 판매자라면 구매하는 사람 기분을 좋게 해줘야 다음에 또 구매를 할 것 같은데 얘들은 그런건 하나 없이 자기들 편한대로 만들어둔 것 같다. 공공기관 사이트 같다. 프로그램도 딱 그렇다. 이래놓고 무슨 글로벌 소프트웨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