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잡담

냉장고를 부탁해

2016. 10. 23. 00:16

밤마다 GTA4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리를 아주 오랜동안 하지 않았다. 전에는 아들과 아내가 자러 들어가면 집안 정리를 하고 나서 다음날 먹을 반찬과 요리를 하고 도시락도 조금 준비해두고 이유식도 했다. 그러고나서도 시간이 남으면 게임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했는데 지금은 곧바로 GTA4를 시작해서 졸리면 바로 잤다.

이러다보니 점심도 도시락 대신 매번 사먹었게 되었고, 심지어 저녁도 자주 사먹게 됐다. 이 생활이 길어지면서 몇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냉장고 관리다. 냉장고에 야채들이며 반찬들이며 하나 둘 시들시들해지더니 결국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부가 파업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니 더욱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먹을 것을 좋아해서 스스로 선택한 요리부(?)인데 "파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워진다.

당장 할 일

지금은 음식물 쓰레기통이 된 냉장고부터 정리를 해야한다. 냉장고 안에서 썩어버린 것들을 모두 버리고 한번 깨끗이 청소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거의 비워질 것 같다. 그만큼 오랜동안 관리를 못했다. 그나마 원래부터 그리 많은 것들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미래를 위해 할 일

당장은 정리만 하면 될텐데 앞으로도 계속 그런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을 해봤다. 지금의 문제는 냉장고 안에 들어간 뭔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식재료가 처음 냉장고에 들어간 며칠은 관련된 요리에도 쓰이고 그 재료를 쓰기 위해서 일부러 요리를 바꾸기도 하고 그러는데 며칠이 지나면 그때부터 급격하게 관심에서 멀어진다. 또 다른 재료가 들어오고 새로운 요리가 시작된다. 그때부터 그 재료는 서서히 음식쓰레기로 변해간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냉장고 내부터 무슨 식재료가 언제 들어갔고, 언제까지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정리를 해야하고, 쓸 수 없는 식재료는 신속하게 폐기해야한다. 그래야 남은 재료로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수가 있다. 지금까지는 정리하지 않고 기억에만 의존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완전 엉망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

정리를 하려고 어디에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spread sheet는 PC로 관리하기엔 좋은데 폰으로는 굉장히 어렵다. 그렇다고 냉장고에 뭐 꺼내쓸 때마다 PC를 켜는건... 종이는 정리자체는 괜찮지만 종이관리도 어렵고 데이터의 추가/삭제가 빈번한 경우에 매우 지저분해진다. 장단점을 따지다보니 내가 하려는 일을 해주는 앱이 있으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냉장고에 뭔가를 넣을때 넣을 것에 대한 정보를 입력한다. 항목, 수량, 시간, 사용기한 정도면 될 것 같다. 사용하면 수량만 조정한다. 사용기한이 가까워오는 것들을 따로 보여준다. 거기에 추가로 요리 레시피를 등록해서 요리를 만들려고 할때 필요한 재료가 냉장고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족한 재료를 장보기 대상에 추가한다. 장볼 땐 그 리스트만 보고 재료를 사면 된다.

왠지 이런 앱은 이미 있을 것 같다.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생각을 하게 될테니까. 그리고 어디선가 냉장고 자체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본 것도 같다. 만약 이런 요구에 딱 맞는 것이 없다면 내가 만들어야 하나 생각해본다. 이름은 "냉장고를 부탁해"가 좋을 것 같다.


나 왠지 딱 맞는 앱이 없어서 내가 만들게 되길 은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걸 만들다보면 냉장고가 다시 엉망이 되겠지. 앱은 막상 만드니 안쓰게 되겠지. 그러고 다시 이 생각을 반복하게 되겠지... 라고 헛생각들이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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